산토리니 하면 바다가 떠오르는데 아쉽게도 바다는 관상용이다. 사람들은 바다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쇼핑할 뿐이다. 바다로 내려갈 수가 없었다.
다음 목적지는 체험용(?) 바다가 있는 자킨토스 섬. 2019년 해보고 싶은 소소한 것들 리스트에 유럽 바다에서 수영하기가 있었는데, 그것을 이루러 갈 참이었다. 내겐 한국에서 공수해 온 스노클링 고글도, 런던 여행에서 산 하늘색 수영복도 준비되어 있었다. 든든 준비 오케이.
울산에서 청주 가는 비행기 없듯 산토리니 섬에서 자킨토스 섬으로 가는 비행기는 없었다. 생각해 보면 그 작은 산토리니 공항에 여러 항공편이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렇게 반 강제로 가지게 된 이동데이. 하루에 탈 수 있는 모든 교통수단은 다 탄 것 같다. 비행기, 택시, 버스, 배.
산토리니와 자킨토스는 아테네 내륙을 사이에 두고 오른쪽과 왼쪽을 담당하고 있다. 비행기를 타고 아테네로 돌아간 다음, 버스를 타고 약 4시간을 자킨토스와 가까운 그리스 서쪽 끝으로 갔다. 거기서 다시 약 1시간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산토리니 반대편 자킨토스 도착. 계속되는 환승과 이동에 피로와 긴장이 누적되었지만, 새로운 땅을 밟으니, 마치 영혼을 갈아 끼운 것처럼 정신이 맑아졌다.
그럼 뭐해. 이미 밤이었다.
산토리니를 갈 때, 아테네 숙소의 짐 보관 서비스를 이용해 큰 짐은 두고 갔다. 짐을 찾기 위해 아테네 시내로 돌아와 먹은 점심. 그리스 페타치즈, 스페인 하몽, 그리스 요거트, 영국의 스크램블 에그. 유럽 화합 대잔치였다.
버스를 타고 항구로 가는 길. 영화 필터를 씌운 것 같았다.
드디어 마지막 이동 수단, 배! 저 빨간 바지가 바로 산토리니에서 쌍 따봉 받으며 산 그 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