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를 떠나 그리스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창으로 느껴지는 햇살은 유독 뜨거웠다. 기분이 묘했다. 아니, 1시간도 제대로 자지 못했기 때문에 비몽사몽 상태가 더 맞겠다. 오 아니 다시 정정. 그리스라는 이제 것의 유럽과는 다소 이질적인 곳으로 향한다는 설렘으로 묘한 게 맞았다. 오슬로 여행이 전체요리라고 한다면, 이제 본 식 시작이었다.
그리스 아테네, 산토리니, 자킨토스를 가기로 했다. 긴 시간 햇빛이 귀했던 노르웨이 크리스티안산에서 흰 눈만 바라보며 비타민 D를 백신 마냥 갈구 했던 지난날. 그 회색빛 잔잔함은 잊은 채, 다채색 속에서의 휴양을 꿈꿨다. 기내 조그만 창으로 유럽의 구름과 햇살을 만끽하며 그렇게 아테네 아침을 맞이했다. 분명 밤을 꼬박 새웠는데, 그래서 비행기에 올라탈 때까지만 해도 상거지가 따로 없었는데, 새로운 바람과 햇살을 느끼니 8시간 개운한 수면을 한 사람처럼 다시 생기가 돋았다.
아테네는 정제된 깨끗함이 주는 세련된 도시인 오슬로와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찬 기온 때문인지 어딘가 차가워 보였던 오슬로 건물. 뜨거운 기온 탓인지 이곳의 건물은 무척 뜨거워 부서져 버릴 것 같았다. 아니 이미 둘 걸러 하나 꼴로 폐건물이 즐비했다.
공항버스에서 내려 숙소까지는 꽤 걸어야 했다. 체크인까지는 약 1시간이 남았지만 우선 짐만이라도 맡기자는 생각으로 숙소로 향했다. 낯선 유럽의 거친 분위기에 정신 바짝 차리며 숙소로 향했다. 내가 여행지에서 정말 싫어하는 것이 사기 당하는 것, 소매치기 당하는 것 기타 내가 호구로 보일 것들이다. 3년 전 바르셀로나에서어떤 사람이 옆에 바짝 붙어 가방 문을 쓰윽 열었던 것을 되새기며 파워워킹했다.
감사하게도 빠른 체크인이 가능해 거지꼴로 아테네의 시작을 하는 불상사를 면했다. 빠르게 씻고 여기까지의 긴 이동이 만든 찌든 때를 감췄다. 없던 혈색도 만들었다.
원래 밤을 새우면 배가 일찍 고프다. 호스텔 직원이 추천해 준 여러 식당 중 한 곳을 찾았다. 아테네에서 제일 기대했던 것은 당연 그리스 음식이었다.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 물으면 요거트!가 먼저 나오는 나였기에. 여러 채소를 빵에 싸 먹는 것도 좋아하고 샐러드? 환장하지.
아테네에 오기 전 이곳을 먼저 다녀간 선배에게 가볼 만한 곳, 먹을만한 것을 추천해달라고 했는데 무조건 '수블라키'라 했다. 수블라키. 검색해 사진을 보고 이거 완전히 나를 위한 음식이잖아? 1일 1 수블라키를 다짐했다.
어떤 느낌의 공간을 좋아하나요? 물으면 말할 수 있는 것이 무진장 많지만 그중 순위권에 드는 것은 ‘노천’이다. 바다 앞에서 회 먹기, 카페 야외 테이블에서 커피 마시기, 옥상에서 고기 먹기, 평상에서 과일 먹기. 유럽은 어딜 가나 바깥 좌석이 있어서 좋다. 특히 비교적 따뜻한 아랫동네라면? 무조건 노천이다. 아테네의 거리를 구경할 수 있는 좌석에 앉았다.
수블라키와 그릭샐러드. 마치 비빔밥과 불고기처럼 누가 봐도 관광객의 테이블이었지만 나에겐 너무나도 완벽한 한 끼였다. 이제 막 도착한 여행지의 첫 끼니깐, 그래서 그 지역의 대표 음식으로 시작해야지하는 공식 없이도, 완벽. 흐르는 공기와 부는 바람에 취해 디저트와 와인도 함께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