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파리는 하늘이 정말 예쁘다. 어쩌면 파리에 공원이 많은 이유는 여름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전혀 신빙성 없는 추측을 했다.
센강의 북쪽에는 튈르리 정원이 있고, 남쪽에는 뤽상부르 공원이 있다. 튈르리 정원은 둘째 날 샹젤리제 거리를 따라 걷다 우연히 갔었다. 이번엔 뤽상부르 공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오늘의 계획은 뤽상부르 공원밖에 없었다.
지하철역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니 장터가 펼쳐졌다. 마르쉐다! 식재료 구경하는데 흥미가 있는 나는 발길이 붙잡혔다. 어차피 공원 가기밖에 할 일이 없었는데 잘됐다. 구경 도중 어떤 무리와 그 앞에서 쉴 새 없이 말하고 있는 사람을 발견했는데, 시장 투어 중인 것처럼 보였다. 구경할 것이 많으니, 이것도 하나의 콘텐츠가 되구나. 재밌겠다.
공원 앞 맥도날드에서 감자튀김을 샀다. 조식을 늦게, 거하게 먹은 탓에 버거까지 먹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파리의 어느 공원에 가도, 그곳엔 여러 각도의 초록 의자가 있었다. 눕방 가능한 160도쯤으로 보이는 각도 하나, 적당히 기대어 책을 읽을 수 있는 145도쯤 각도 하나, 마주 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100도쯤 각도 하나. 파리가 공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 아닌, 충분히 하루를 즐기는 곳인 공원. 그곳에서 나도 감자튀김을 먹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들으며 낮잠도 잤다.
공원에서 충분히 쉰 후, 커피가 마시고 싶어 카페로 이동했다. 내게 혼자 여행의 단점은 좋은 것, 느낀 점 등을 누군가와 실시간으로 공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정보를 나누는 데 만족감을 느낀다. 노트에 ‘파리’ 언정‘s good thing이라는 이름으로 정보를 써 내려 갔다. 누군가 파리에 간다고 하면 공유해야지! 하면서.
울산 우리 동네 나드 카페에서 처음 까눌레를 먹고 푹 빠졌다. 파리에서 까눌레 제일 맛있는 집이래서 기대했는데, 나드 카페 까눌레가 더 맛있었다. 원래 까눌레가 이런 맛이라면 나 까눌레 안 좋아하나 봐.
길 가다 본 강남스타일 버스킹 댄스 공연. 흥에 함께 방방 뛰던 아이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6개월 유럽의 마지막 밤
숙소의 석식을 신청해 저녁 전 숙소로 돌아갔다. 사실 내일은 유럽 마지막이고, 오늘은 유럽 마지막 밤이었다. 일찍 돌아가 1월부터 6개월 동안의 쌓인 마음부터 짐까지 모두 정리해야 했다. 파리에 있는 동안 가장 빠른 귀가를 했다. 오래 머문 곳이라 그런지 아쉽지 않았다.
짐 정리를 다 한 뒤, 밤 산책을 했다. 낯선 동네였지만, 백야의 파리가 주는 안전함이 있었다. 덕분에 노래를 들으며 마지막 파리를 편안하고 충만하게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