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세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오랑주리 미술관, 퐁피두센터. 파리에 유명한 미술관과 박물관들이다. 하루에 하나씩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나에게 줄 수 있는 기쁨과 만족감은 그리 높지 않다. 그마저도 고전 작품이라면 내겐 그냥 ‘나도 봤어~’ 한마디 할 수 있는 것 빼곤 특별할 게 없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하루에 하나만. 그래야 실망하더라도, 다른 무언가를 하면서 하루 만족 균형을 맞출 수 있으리라.
오르세 미술관에는 ‘이삭 줍는 여인들’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이 많았지만 내 시선을 오래도록 끈 작품은 유명한 작품을 재해석한 작품이었다. 프랑스 작가 에두아르 마네의 작품 ‘올림피아’에는 백인 여성이 침대에 누워있고, 흑인 여성이 침대 옆에서 꽃을 들고 있는데, 미국 작가 래리 리버스는 올림피아에서 두 여성의 색을 반전시켰다. 래리 리버스가 미국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 작품은 미국 사회의 흑인 인종 차별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그림이 아니라 조각품이었다는 점도 내 마음을 끌었다. 나는 어릴 때 부터 그림 그리기보다 만들기를 더 좋아했다. ‘내포하는 의미 찾기’를 무지하게 좋아하는 나에게 래리의 작품은 흥미 덩어리였다. 그런데 그게 사회 비판적이다? 절대 박수 못 참지. 두 작품이 모두 오르세 미술관에 있다는 사실은 서로가 더 특별한 작품이 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OLYMPIA, Edouard Manet
I LIKE OLYMPIA IN BLACK FACE, Larry Riveres
오르세 미술관. 여긴 미술관 외형도 작품이다.
유명한 작품 1. The Gleaners(Lesglaneuses, 이삭 줍는 여인들), Jean François Millet
유명한 작품 2. Self-portrait(자화상), Vincent van Gogh
비 오는 날에 뜨끈한 것이 땡기는 건 본능
조식이 나오는 한인민박에서 묵고 있었기 때문에 파리에서 나의 식사 루틴은 늦은 아점, 간식, 저녁이 되었다. 약간 비가 와 쌀쌀했다. 이럴 땐 뜨끈한 국물인데. 며칠간 달디단 디저트를 많이 먹어서 그런지 고국의 맛이 땡겼다. 마침, 유럽에 일식 붐이 불고 있었다. 비록 국물은 아니었지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덮밥은 아시아의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한국에서 한식만큼 일식도 자주 먹으니, 고국에서 먹던 맛이라 해도 되지 않을까.
덮밥을 먹기 전 간식으로 마신 응커피, 라떼.
숙소로 가는 길, 차가운 공기의 센 강을 걸었다. 우리나라 길거리에는 호떡, 국화빵, 붕어빵이 있지만 파리의 길거리에는 크레페가 있다. 사실 파리에 온 첫날부터 센강변 티켓 부스처럼 생긴 크레페 가게들이 계속 신경 쓰였다. 언젠가 꼭 먹겠다고 다짐했는데, 막상 센강을 지날 때면 이미 무얼 먹었거나, 먹으러 갈 예정이거나였다.
단맛을 해장하자마자 또 크레페가 땡기는 요상한 현상이 벌어졌다. 단짠의 사이언스인가. 춥기 때문이라고 치자. 초코 크레페 하나를 주문했다. 갓 나온 크레페는 뜨거웠다. 추울 때 호호 불어가며 먹던 붕어빵처럼, 후후 불어가며 먹었다. 달고 따뜻한 초코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 속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역시 비 오는 날엔 뜨끈한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