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5일(화)부터 공간 와디즈에서 약 6일간 레터여행 비하인드를 담은 전시가 진행됩니다. 전시 제목은 <누구나 가슴 속에 하고 싶은 거 하나쯤> (누가하하) 인데요. 멤버님들께서 주신 응원에 보답하고자 엽서와 책갈피를 만들어, 전시를 방문하신 분들께 나눠드릴 예정이에요! 여러분께서 마음에 든 사진으로 엽서와 책갈피를 만들고 싶은데요. 혹시 마음에 들었던 사진이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여기에 사진이 실린 레터의 제목(예 : 파리 첫째 날)과 간단한 설명(예 : <파리, 여기도 재시도>에서 빵모자 쓴 안내 표지판)을 적어주시면 꼭 엽서와 책갈피로 만들겠습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려요! 미리 감사합니다 :)
Day. 25
파리, 여기도 재시도
거주가 아닌 여행으로는 파리가 제일 체류 시간이 길 예정이었다. 무려 8일. 그것도 혼자. 사실 파리도 이탈리아의 로마처럼 나에게 부끄러운 여행지였다. 2016년 빵순이 친구와 개노답, 첫 유럽, 첫 자유 여행을 할 때 친구는 파리도 가고 싶어 했다. 한 달 여행의 초 프라하에서 ‘그래! 우리 파리도 가자!’라고 했지만, 잘 숙소도, 갈 수 있는 교통편도 그 무엇도 준비된 게 없던 완벽주의 프로 계획러(MBTI에서 꽤 높은 확률로 J가 나온다.)는 사실 자신이 없었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여행 중 만나는 한국인 모두가 파리를 비추했다. ‘거기는 쥐가 많고, 지린내가 정말 많이 나는 더러운 도시야.’ 친구를 살살 구슬려 파리를 제외했다.
그랬던 내가 파리 이트(두 번째 try)를 결심한 이유에는 니스도 있다. 프랑스 니스까지 갔는데 파리에 가지 않는다는 것은 비싼 돈 주고 5성급 호텔에 가서 잠 안 자고 부대시설만 즐기고 나오는 느낌 아닐까. 어차피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항공편 때문이라도 수도를 경유해야 했다. 그래서 나의 마지막 여행지는 프랑스 파리가 되었다. 8일이나 있기로 한 것은 대단히 파리를 즐기고 싶어서도, 파리가 볼 게 많아서도 아니었다. 아 물론 볼 것이 많겠지만 그만큼 보고 싶은 것도 딱히 없었다. 그냥 귀찮아서였다. 도시 이동은 설렘과 동시에 많은 긴장감과 피로감을 준다.
파리는 비가 오고 있었다. 공항버스에서 내려 삐쭉 보이는 에펠탑을 보면서 숙소로 향했다. 센강을 건넜던 비르하켐 다리는 꼭 반포대교 같았다. 비가 와서 하늘은 회색인데, 비르하켐 다리도 철제 구조물로 회색이라 더욱 파리가 차분하고, 고요하고, 회색처럼 느껴졌다.
반포대교도 건널 때면 웨딩 촬영을 하는 커플을 많이 만난다. 비르하켐 다리에서도 웨딩 촬영을 하는 커플을 봤다. 원래 계곡에서 고기 구워 먹을 때도 다리 밑이 최곤데, 뭐든 다리 밑이 최고인가 보다. 나는 그 옆을 캐리어를 끌며 돌돌돌돌 지나갔다.
파리의 교통표지판 속 사람은 베레모를 쓰고, 세인트 제임스를 입고, 바게트를 들고 걷는다.
비르하켐 다리
에펠탑 오마카세
에펠탑을 지나 숙소에 도착. 숙소를 큰맘 먹고 에펠탑 근처로 잡으니, 어딜 가나 에펠탑이 보였다. 에펠탑이 숙소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에펠탑을 정말 다양한 위치, 각도에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겼다. 센강 남쪽 아래 마르스 광장에서 한 번 즐기고, 에펠탑 안으로 들어가 파리를 내려다보면서 두 번 즐기고, 센강의 이에나 다리에서도 즐기고, 아예 센강을 건너 트로카데로 광장에서도 파리를 바라봤다. 8일의 여유로운 관광객이라 그냥 발길 가는 대로 걸었을 뿐인데, 거기가 포토스팟이었고 에펠탑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었다. 근처 델리 샵에 가서 작은 와인과 문어 샐러드를 사 광장에서 에펠탑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의 고독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