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스에 있으면서 제일 일찍 밖으로 나온 날이었다. 정오가 되기 전, 해변의 철제 의자에 앉아 모닝커피를 마셨다.
일찍 나온 이유는 가브리엘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종강 주가 있는 한국 대학과 달리, 노르웨이 내가 있던 아그데르 대학교는 종강 시점이 제각각이었다. 종강일이 한 달이나 차이 나는 수업도 있었다. 나는 꽤 이른 편에 속했었고, 가브리엘은 이제 막 학기가 끝나 니스로 돌아온 참이었다. 가브리엘이 동생과 함께 나와 친구들에게 니스 투어를 해준다고 했다. 정말 고향을 사랑하는 멋진 친구다.
‘가족도 온다고?’ 나와 가브리엘을 어떻게든 엮어보려는, 장난기 가득했던 친구들은 가브리엘을 만나자마자 그 생각이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우리 사이가 건조하다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사실 가브리엘과 나는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가브리엘이 여동생이 있다는 것도 니스 투어 만남을 추진시키며 알게 되었고, 가브리엘이 나보다 어리다는 사실도 투어 도중 알게 되었다. 여동생도 그저 순수하게 다른 문화권 친구를 경험하고 싶어 따라온 것처럼 보였다.
가브리엘과 대화 중인 나. 반소매, 반바지로는 처음 만났다. 노르웨이는 추웠으니깐.
진행병이 있는 나는 어색하면 어쩌지 무척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아일랜드, 영국 외노자에게 사람 상대하기란 일상이었다. 그런 점에서 꾸미, 유니에게 고맙다. 그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나도, 한국 사람도, 프랑스 니스 친구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되었으니깐.
가브리엘을 따라 진짜 현지인 맛집에서 니스 전통 음식을 먹었다. 쏘카라는 병아리콩 전이었는데, 경상도식 늙은호박전 맛이 났다. 경상도 사람인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맛이다.
식후 아이스크림은 국 아니 지구 룰.
가브리엘을 따라 니스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에 올랐다. 오르는 동안 가브리엘과 가브리엘 동생 그리고 친구들과 프랑스와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전망대 정상에 서니, 반대편으로 나흘 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니스가 보였다. 역시 현지인 투어만의 한 끗 차이가 있다.
가브리엘과 함께 반나절을 돌아다니며, 누군가 내 고향 울산에 온다면 나도 이렇게 가이드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울산의 역사도 잘 알아야겠지? 쉽지 않겠군.
광장으로 내려와 가브리엘과 헤어진 후, 가볍게 햄버거로 저녁을 먹었다. 니스에서의 마지막 저녁 식사였다. 꾸미와 유니는 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나는 티겟 값을 아끼고자 다음 날 아침 비행기를 끊었다. 네 명이 머물 수 있는 큰 집에서 혼자 하루를 더 자는 것은 사치라, 숙소를 옮겨야 했다. ‘공항 노숙 한 번 더?’ 갈등이 있었지만 혼자는 자신이 없어 공항 바로 앞 작은 호텔에서 하루를 묵었다.
숙소에서 짐을 챙겨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는 바닷가를 우측에 두고 달렸다. 점점 짙어지는 오렌지빛 바다가 아쉬운 마음을 투영하는 것 같았다. 으악 이제 진짜 혼자 여행 시작이네.
친구들과 최후의 만찬. 아직 다시 꾸미, 유니와 셋이 함께 만난 적이 없군. 유니는 아직 런던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