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스는 오슬로에서부터 기대가 큰 곳이었다. 런던에서 워킹홀리데이 중인 유니, 아일랜드에서 워킹홀리데이 중인 꾸미도 니스로 오기로 했다. 유니와 꾸미는 대학 친구다. 대학 1학년 이후 4년 만에 갖는 엠티라면 엠티, 그것도 경기도 가평 대성리가 아닌 프랑스 니스라니. 이 상황에 부푼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난 고도로 발전된 AI일 것이리라.
니스가 기대된 이유에는 숙소도 있었다. 3명이 쓸 정도의 넓은 거실, 방 그리고 주방이 있는 어느 빌라 꼭대기 층을 빌렸는데, 일하는 친구들의 일정 덕분에 하루는 온전히 내가 쓰게 된 것이었다. 공항 바닥,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이층 침대에서 자며 근육은 굳고, 피로는 무척 쌓였다. 니스 꼭대기 층에서 만든 요리와 넓은 침대가 그것들을 풀어줄 참이었다.
니스에 도착했다. 긴 여행 끝 집으로 돌아온 사람처럼 숙소 문을 열고 들어가 소파에 스르륵 누웠다. 사방에서 햇빛이 들어와 찌든 피곤을 녹여주었다.
여행 중 유일하게 주방이 있는 숙소라 당장 마트로 달려갔다. 나는 마트 구경을 좋아한다. 원재료가 보여 주는 싱싱함과 그로부터 피어나는 맛의 상상력이 좋다. 이곳 사람들은 무얼 먹고 사는지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고, 마트에서 장이라도 보면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모델이 된 것 같아 내가 조금 멋있다.
피렌체에서 젤라또와 버거를 많이 먹어 채소로 씻어 내고 싶었다. 계란, 토마토, 복숭아, 파프리카, 우유, 오이 등 싱싱한 것들을 마구 샀다. 저녁으로는 한국에 가져가려고 산 그리스 올리브오일을 까, 샐러드를 만들어 먹었다. 셜록홈즈를 보며 샐러드를 먹는 내 모습에 평범하지 않은 여행 중인 것 같아 만족감이 부풀어 올랐다. 그날의 모든 것에 나는 취했다. 왜 그럴 때 있잖아. 내가 생각해도 나 쫌 멋있을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