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서울까지 KTX 비용은 약 5만 원이다. 내가 살던 크리스티안산에서 오슬로까지도 얼추 비슷했다. 한국에서는 한 달에 한 번 꼬박 왕복 10만 원을 쓰던 교통비인데, 앞으로 한 달은 펑펑 돈만 쓸 예정인 가난한 여행자에게 돈 뿌리는 이동은 고개를 저을 일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야간 기차였다.
말이 기차지 그냥 노숙이다. 사실 이전 여행에서 버스 노숙의 경험이 있었다. 미리 스포하자면, 그 한 번의 경험이 ‘해볼 만한데?’ 자신감을 주어 이번 여행에서 총 3번의 노숙을 발생시켰다. 타국에서 노숙자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모든 흔적을 지우고, 기숙사 방에서 키우던 아보카도 씨앗 파이니도 어디 기숙사 사이 언덕에 잘 묻어두고 학교를 나왔다. 사악한 교통비에 항상 40분씩 걸어 다니던 시내 가는 길을 늦은 밤, 곧 노숙할 거라는 이유로 버스를 탔다. 기차 시간에 맞춰 나오면 버스가 끊기기에 조금 이르게 기차역에 도착했다. 3~4시간의 야외 취침이 시작됐다.
수경 재배하던 파이니
기차에 올라 꿀잠에 들고 싶었는데 실패했다. 형광등에 밝디밝은 KTX 내부와는 달리 꽤 아늑한 분위기였음에도 노르웨이에서만 볼 수 있는 피요르드를 보느라, 돈 아낀다고 가지 않았던 피요르드 여행을 이렇게 싼값에 치르느라 자는 둥 마는 둥 했다.
새벽 1시 55분 오슬로로 향하는 기차. 복지 국가인 북유럽에 새벽 기차가 있다니. KTX는 막차가 밤 10시 30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