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겨울과 봄 사이. 노르웨이 크리스티안산에서 교환학생을 하던 나는 학기를 마치고 유럽 여행을 하기로 했다. 기간은 딱 한 달. 함께였던 한국인 교환학생 중 내가 가장 먼저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정이었다. 모두가 왜 그렇게 일찍 떠나느냐 나보다 아쉬워했다. 나는 전혀 아쉽지 않았다. 2016년 했던 첫 유럽, 장기, 자유 여행 둘째 날 낯선 환경과 부담감에 집 가고 싶다고 엉엉 울었던 나니깐.
조이와 함께 여행하기로 했다. 조이는 크리스티안산에서 처음 만났다. 내가 다니던 대학에서는 나를 포함해 총 3명이 이곳 크리스티안산으로 왔고, 국내 다른 학교에서도 2명이 더 왔다. 그중 한 명이 조이였다. 한국인 교환학생 5명 중 조이와 내가 함께 여행하게 된 것은 우리 둘만이 아무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이 지점에서 우리의 여행 준비 속도와 그것을 대하는 태도는 얼추 맞음이 증명되었다.
10년을 넘게 ‘알고’ 지낸 친구, 약 5개월을 ‘함께’ 지낸 친구. 기간의 차이는 여행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친밀도의 정도도 마찬가지다. 함께 하는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게 적당한 무관심과 과거, 현재, 미래 중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의 싱크 그리고 상대의 의식주 기호에 대한 배경지식이다. 조이가 그것을 알게 해 주었다.
조이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앞으로의 에세이에서 조이는 많이 등장하지 않을 예정이다. 조이 덕분에 여행이 더 즐겁고, 경험이 풍부해진 것은 맞지만 여행은 나와 여행지의 교류이니깐. 가끔 등장하는 ‘우리’, ‘조이’라는 단어와 누군가 찍어줌이 분명한 사진에 대한 사전 궁금증 해소 차원에서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사족을 달아본다.
※ 레터는 내일부터 6/16(일)까지 하루를 마무리하는 밤, 22시에 발송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