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첫날, 또 부지런히 아침부터 나왔다. 심야버스를 타고 로마에서 넘어와 피곤한데도 그날따라 늦장을 부리고 싶지 않았다. 피렌체에서 머무는 날은 3일. 주어진 시간이 비교적 짧은 이유가 컸다. 일찍 거리로 나온 데에는 피렌체 두오모 성당을 가기 위함도 있었고.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선 긴 줄을 견뎌야 한다는 후기를 봤다.
예전에 스페인 여행을 갔을 때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갔었다. 밖에서 보는 성당은 마치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기이하면서도 웅장하고 압도적이었는데, 막상 들어가니 유럽 어디에나 있는 성당 모습이어서 실망했다.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도 똑같았다. 안은 다른 유럽의 성당처럼 아늑하고 포근했다. 그 외에 더한 별것은 없었다. 밖에서 보는 두오모 성당은 마치 2D 카페 같았다. (2D 카페가 궁금하다면 클릭)
두오모 성당 밖과 안.
투어의 장점은 이동하는 시간에 그 나라의 역사부터 각 도시의 특징까지 강의 아닌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로마 남부 투어 할 때, 하필 가이드님이 투머치토커라 온갖 이야기를 들었는데, 피렌체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피렌체에 가면 곱창 버거를 드세요.’
‘두오모 성당을 볼 수 있는 명당은 리나센테 백화점 루프탑 카페입니다.’
거리에서 곱창 버거를 파는 푸드트럭을 발견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 말씀을, 여행지에서는 가이드님 말씀을 잘 들으면 좋다. 곱창 버거와 곱창 샌드위치, 그리고 곱창 스튜를 먹었다. 평소 한국에서 곱창 잘 먹지도 않는데 곱창 3종 콤보를 시켰다. 곱창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전혀 곱창인지 모를 맛이었다. 비리지 않고 맛있었단 뜻이다.
남부 투어 가이드님이 추천해 주신 대로 두오모 성당 명소를 찾아 리나센테 백화점으로 갔다. 사방이 뚫린 옥상에서 두오모 성당의 붉은 돔을 보며 마시는 커피의 맛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불던 선선한 바람의 온도는 생생하다. 적당한 소음을 만들며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과 그 아래를 채우는 흘러나오는 재즈. 그 뒤에 뭉게뭉게 떠 있는 구름. 모두가 생생하다.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에서 여유가 느껴지지 않는가.
그리스 아테네부터 이곳 피렌체까지 길거리에서 끼니를 때운 적도 많았다. 돈이 없어서라기보다는 길거리 음식은 이방인 여행객에는 낭만이고, 경험할 거리이며, 우리나라에서는 그 가격에 먹기 어려운 희귀템이기 때문도 있다.
피렌체에 가면 꼭 먹어야 할 음식이 있다고들 한다. 하나는 젤라또이고, 하나는 티본스테이크다. 사방이 푸른 초원인 곳이라, 소의 성장 환경이 좋아서 그런 걸까 했는데 그건 소(스테이크)가 유명한 이유이고, 하필 ‘티본’이 유명한 이유는 피렌체 메디치 가문이 즐겨 먹었기 때문이란다.
어쨌든, 조이와 오늘 밤은 메디치 가문처럼 플렉스를 즐겨보자 했다. 문제는 우린 두 명이라는 것. 찾아보니 피렌체 티본스테이크는 기본 1kg이고, 두 명은 다양한 메뉴를 즐기기엔 굉장히 아쉬운 숫자였다. 그렇게 처음으로 유럽 여행 카페에서 동행인을 구했다. 여행 중 우연히 한국인을 만나 식사를 같이한 적은 있어도, 정식으로 인터넷에서 동행인을 찾은 것은 처음이었다. 쫄보인 나의 의견을 반영해 동행인은 같은 성별인 ‘여자’로 구했다. 식당 앞에서 만나 정말 쿨하게 스테이크와 타르타르를 먹고 헤어졌다. 고기는 정말 맛있었고, 동행인은 이름도 얼굴도 나이도 나눈 대화도 그 무엇도 기억에 없다. 먹느라 바빴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