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1년의 절반을 딱 한 달 앞두고 있네요. 무미건조할 뻔한 저의 2024년 절반은 여러분 덕분에 너무 즐겁고 새로운 감정 투성이예요. 이 레터여행이, 나아가 저의 도전이 여러분들께도 새로운 무언가를 주고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우체통에 보내주시는 의견, 소감 등은 기쁜 마음으로 읽고 있어요! 한 구독자분께서 전해주신 콜로세움 tmi 덕분에 콜로세움의 오명(?)이 조금 벗겨졌고, 피크닉 세트 실물이 궁금하다는 구독자님의 후기에 꼭 사진을 넣어야겠다 아이디어도 얻었어요. (니스 여행에서 등장할 예정이랍니다.)
이처럼 여러분은 제게 너무 많은 영감과 기회를 주고 계시는데요! 최근 제게 더 큰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6월 25일부터 30일까지 렛즈 프로젝트 덕분에 성수동 공간 와디즈에서 전시를 합니다. '레터여행 팀펀딩 프로젝트를 열고, 이렇게 매일 레터를 보내는 과정'을 전시할 예정이에요. 펀딩에 참여한 여러분은 이 프로젝트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전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예정입니다. 조금 더 구체화하면 제일 먼저 레터를 통해 알려드릴게요.
그럼 곧 소식 전하겠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
Day. 16
떠나기 전 A/S
로마에서 5일. 봐야 할 것, 보고 싶은 것, 해야 할 것, 하고 싶은 것은 거의 다 했다. 그럼에도 아쉬운 것이 있었다. 예를 들면 조금은 이상했던 피자 같은. 여행지에서 머무는 기간이 꽤 길다면, 떠나기 전 마지막 날은 한 번 더 시도하는 날, 즉 A/S 날로 삼기 좋다.
이미 며칠 전 트레비 분수를 구경했지만, 동전은 던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엔 동전을 던졌다. 1번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올 수 있고, 2번 던지면 운명의 상대를 만나고, 3번을 던지면 인연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3번 던졌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단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센트로 던졌던 것 같은데 유로로 던졌어야 했나.
날아가고 있는 동전.
충격의 피자와 뇨끼도 A/S를 하러 갔다. 이번엔 미리 내가 찾던 비주얼의 피자를 파는 레스토랑을 찾아서 갔다. 분명, 찾아간 레스토랑의 피자가 맛은 있었던 것 같은데, 정확히 어떤 맛이었고, 어떤 기분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신기하게도 기억이 또렷한 피자는 처음 먹었던 7,900원 피자를 닮은 당황스러운 씬피자. 분위기가 피자 맛을 지우고, 그곳을 가득 채웠나 보다.
뇨끼 대신 파스타.
에스프레소도 한 번 더.
로마 첫날 먹은 Venchi 젤라또도 한 번 더.
A/S까지 마치니 더 이상 로마에 남아 있는 미련은 없었다. 피렌체로 가는 심야 버스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