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가장 내 취향의 여행지를 뽑으라면, 남부다. 푸른 바다가 있고, 여유가 있는 그곳. 마르게리따 피자 등 좋아하는 이탈리아 음식 대부분도 나폴리 음식이다. 하필 어릴 때 좋아하던 동네 파스타 가게의 최애 메뉴도 나폴리 파스타였다. 찾아보니 나폴리는 그리스인들이 이주해 정착한 도시라는 이야기가 있단다. 이로써 내 입맛은 확신의 그리스풍임이 증명됐다.
그러나 옳다구나 남부 여행을 떠나기엔 문제가 있었다. 무뚝뚝한 표정에, 깡이 있어 보이지만 사실 난 엄청난 쫄보다. 여행하던 대학생의 나는 더 그랬다. 이탈리아 남부의 마피아에 관한 소문들은 나폴리 피자 포기를 고민하게 했다. 그래서 선택한 대안이 당일치기 남부 투어. 한국인 가이드와 함께하는 투어라 유적지에 대한 특별한 공부 없이 설명만 들으면 됐다. 너무 좋은 선택지였다. 큰 버스로 로마 구석구석 흩어져있던 한국인들이 모여 한 차를 이루었다. 흔한 한국 관광버스 풍경이 만들어졌다.
어릴 때 세계사를 너무 좋아해서 푹 빠져 살았었는데, 그때 책에서 본 폼페이에 내가 있다니. 어릴 적 내가 지금의 나를 얼마나 대단하다고 생각할까. 완벽한 구름이 있는 하늘만큼 기분이 들떴다.
빡빡한 일정의 투어였지만, 포지타노 해변에서 깔조네와 페로니 맥주를 먹으며 피크닉을 즐길 여유도 있었다. 미리 챙겨간 피크닉 세트(산토리니 표 천과 콜로세움표 짐색)와 이탈리아 과자까지도 완벽했다. 잘 그을린 깔조네는 전날 먹었던 피자의 충격을 말끔히 씻어주었다. 이게 바로 이탈리아의 맛이지!
이탈리아 쏘렌토. 잠시 도로에서 내려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주었다.
이탈리아 포지타노.
깔조네는 밀가루 반죽 사이 고기와 치즈 등을 넣고 오븐에 굽는 왕 큰 파이, 만두 같은 음식이다.